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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무섬마을

[영주는 지금] 육지위의 섬 무섬마을

박종인의 사람과 길 (http://blog.daum.net/iditarod/11540)

 

경북 영주 무섬마을

 

마을에는 외나무다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 때도 있었다고 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이곳에 반남 박씨 일족이 들어와 살게 된 때가 1666년이다. 떠내려가면 그 자리에 또 다리를 올리고, 그렇게 다리는 350년 넘는 세월을 버티고 살았다. 이후 1983년 콘크리트다리가 생길 때까지 318년 동안 다리는 마을과 바깥세상을 잇는 유일한 통로였다. 

 

물 위에 떠 있는 섬, 무섬마을

낙동강으로 흐르는 내성천에 물이 넘치면 다리는 떠내려가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예 내성천 물길에 순응해 다리를 만들었으니, 다리는 사행(蛇行)하는 낙동강처럼 태극무늬를 소유하게 되었다. 

 

 

300년 넘도록 무섬마을과 바깥을 이어주던 외나무나리에 겨울이 내렸다.사람들은 다리를 건너 과거로 떠난다.

 

 

이 사행하는 강물이 북쪽 영월에서는 청령포를, 동쪽 안동에서는 하회마을을, 남쪽 예천에서는 회룡포 마을을 만들었다. 그 가운데에 있는 이 마을은 무섬마을이다. 무섬,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는 뜻이다. 태백산 줄기가 선심 쓰듯 던져준 다람쥐꼬리 같은 작은 뒷산을 빼면 무섬은, 말 그대로 섬이다. 한자로는 수도리(水島里)다. 그 덕에 삶은 신산했다. 오죽하면 “외나무다리를 건너 꽃가마 타고 시집 왔다가 죽으면 이 다리로 상여가 나갔다”고 했을까. 세상 좋아진 지금, 다리는 신산함 대신에 외지인들에게 막연한 향수와 구체적인 호기심을 안겨다 준다. 향수는 선비들의 삶에 대함이고 호기심은 다리 그 자체다.

 

생생한 과거로 남은 고택

40여 가구가 남은 마을은 몇 집을 빼면 17세기 이후 그리 변하지 않았다.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앞뒤양쪽으로 담벼락 너머 고택들이 보인다. 100년이 넘은 집들이 열여섯 채, 그리고 문화재와 민속자료로 지정된 집이 아홉 채다.

 

 

 

 

외나무다리 뒤편으로 고택들이 보인다.

 

 

박제된 유적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생한 과거다. 낮 동안 놀러온 바깥사람들에게 마당까지 개방된 이 집들은 밤에는 고택 체험을 위한 숙소로 쓰인다.

그리고 마을을 에워싼 둑을 내려가 다리를 건넌다. 너른 백사장과 얕은 강심을 가로질러 거대한 태극무늬를 그린 다리다. 백사장 한켠에는 널뛰기 하나가 누워 있다. 가끔 오리 떼가 내려와 앉는다. 산에는 나목(裸木) 숲이 가득하다. 그 풍경을 맘속에서 흑백으로 전환하면 바로 진경산수다.

 

1000년을 산 은행나무의 전설

먼 곳에서 영주까지 왔으니, 무섬마을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석사로 가고 소수서원으로 걸음을 옮긴다. 전통적인 영주의 볼거리다. 산책하기 좋은 공간이라는 겉만 보면 소수서원은 절반만 보게 된다. 그 곁 1000년을 산 은행나무를 대면하면 나머지 절반을 볼 수 있다. 이러하다.

 

 

 금성대군 신단

단종 복위를 꿈꾸다 떼죽음을 당한 영주 선비들과 함께 불탔다가 살아났다는 은행나무

 

 조카 단종을 내쫓고 왕좌에 오른 수양대군은 동생 금성대군을 영주 땅 순흥으로 유배시킨다. 금성대군은 이곳 선비들과 함께 단종 복위 계획을 세웠고, 이를 눈치 챈 형이 보낸 군사들에게 떼죽음을 당한다. 그때 소수서원 옆에 있던 500살 넘은 은행나무가 불에 타 죽었다. 그리고 200년이 지난 1683년 단종이 복위되고 또 30년 뒤 금성대군을 비롯한 선비들의 복권되면서 거짓말처럼 은행나무도 부활했다는 것이다. 은행나무 옆에는 금성대군과 선비들을 기리는 제단이 조성돼 있다.

또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인 소수서원 옆 개울에는 원혼들이 질러대는 신음소리로 가득했다. 서원 선비들이 물가 바위에 ‘공경할 敬’자를 붉게 새기고서야 진정됐다고 했다.

소수서원 옆 개울

 

거대한 석축과 예쁜 꽃문, 부석사

소수서원과 함께, 영주에 서 있는 웬만한 이정표에 어김없이 적혀 있는 ‘부석사’는 꼭 해거름에 가야 한다. 무량수전 앞에서 석양을 맞는 소백산맥 줄기는 ‘반드시 직접 봐야 한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부석사 전경 -

 - 성혈사 꽃문 -

 

 

일주문에서 무량수전에 이르는 거대한 석축들과 돌계단도 근사하다. 소수서원 못 미처 나오는 산길 끝 작은 절 성혈사(聖穴寺)도 가본다. 가파른 30분 시멘트길 끝에 있는 이 작은 절 나한전에는 보물 832호로 지정된 꽃문이 있다. 색바랜 단청 그대로 고졸하게 놔둔 이 문에는 게, 기러기, 동자, 연꽃, 물고기 기타 등등 대단히 예쁜 사물들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무섬 외나무다리를 건너간 가을이 그 꽃살문에서 따뜻하게 웃는다.

 

 

여행 수첩

 

추천 여행 코스 : 무섬마을-(성혈사)-금성대군 신단-소수서원-부석사(-청량산)

 

가는 길(서울 기준)1.무섬마을 : 중앙고속도로 영주IC→28번국도→5번국도 영주시청 방면→적서교차로 우회전→448번지방도 무섬마을 이정표 2.성혈사 : 무섬마을에서 나와 우회전, 영주 방면으로 가다가 풍기 방면→풍기 순흥교차로에서 소수서원, 읍내사거리에서 초암사 방면. 저수지 지나 왼편으로 성혈사 이정표 보이면 산길. 3.소수서원은 읍내사거리까지 나와서 소수서원 방면 좌회전해 5분.

 

대중교통 : 영주버스공용터미널에서 일반버스

 

별미1.무섬마을 : 다리 건너 왼쪽 골동반식당. 무섬마을 전통상차림을 낸다. 7000원짜리 비빔밥 추천. 청국장과 찬, 비빔밥. 1만5000원짜리 선비정식은 맛보다는 건강을 생각한 듯 모든 반찬이 싱겁고 잡채는 차갑다. (054)634-8000 2.풍기 황토골인삼불고기식당 : 인삼산지답게 양념한 돼지고기와 인삼을 구워낸다. 값도 1인분 8000원으로 저렴. 풍기읍 동부1리 498-5. 635-6068 3.원조 순흥묵밥 : 메밀묵을 김과 다대기를 섞어 덥힌 국물에 말아먹는 밥. 색다르고 맛도 좋고 속도 그득하다. 순흥사거리에서 소수서원 방향 주유소 옆. 7000원. 632-2028

 

묵을 곳

1. 영주호텔 : 숙박료에 비해 넓고 시설 좋은 객실. 주중 할인가 6만원. 영주시 가흥1동 1729번지. 634-1000

 

 

 

2. 무섬마을 고택체험 : 홈페이지에서 고택을 미리 보고 예약 가능. 숙박비는 집집마다 다름

3. 무섬마을 마당넓은집 : 각종 꽃차를 즐길 수 있는 숙소. 사람수 당 4만원~7만원. 636-1746, 010-5522-1746

4. 소백산풍기온천 : 온천(8000원) 및 워터파크(2만5000원), 숙박(8만원). 604-1700

영주호텔 전경

   소백산풍기온천

 

박종인·여행문화 전문기자

201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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