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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먹거리/영주고구마빵

[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영주산 고구마로 만든 미소머금고......


[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43) 영주 고구마빵
"천안 호두과자 명성을 넘어라" 지역 대표브랜드로 개발 박차
 

 

으깬 고구마와 고구마 앙금 등으로 속을 채우고 빵피로 감싸 껍질을 바삭하게 구워낸 고구마빵이 격조 높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박스에 포장돼 전국으로 보내지게 되는 영주 고구마빵. 포장박스도 고품격으로 디자인돼 선물용으로 좋다.
 
오븐으로 구워낸 고구마는 숟가락으로 속을 파내 부드럽게 으깬 뒤 빵 속을 채운다.
 
고구마 앙금을 넣고 밀가루를 최대한 얇게 편 빵피로 싸서 성형시킨 다음 영하 29℃로 급랭시킨 후 매장으로 나갈 준비를 한다.
고구마는 춘궁기에 끼니를 이어주던 대표적인 구황작물이었으나 언제부터인가 웰빙식품 반열에 올랐다. 최근에는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체내 활성산소를 없애는 효능이 탁월하고 심혈관 질환 개선에도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언론에 소개되면서 더욱 각광받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고구마를 우주시대 식량자원으로 선택하고 우주정거장에서 고구마를 재배, 우주식품으로 활용할 계획을 세웠다. 미국의 ‘공익을 위한 과학센터’(CSPI)에서도 얼마 전 세계 최고의 음식 10가지를 선정하면서 첫 손가락에 고구마를 꼽기도 했다. 일본 오키나와현 사람들은 고구마를 주식으로 즐기는 식습관으로 세계적인 장수촌 반열에 올랐다.

값이 싸면서도 저칼로리에다 고기능성까지 더한 고구마의 인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기능성 고품격 빵으로 변신한 영주 고구마

영주시청 인근 휴천2동 도로변에 ‘미소머금고’(e-goguma.com)라는 간판을 내건 이색 빵집이 있다. 바로 고구마로 빵을 만드는 집이다. 영주산 고구마로 만든 빵 재료를 매일 공급받아서 빵을 그날그날 구워낸다. 빵집 안은 항상 고소한 군고구마 냄새가 가득하다.

이 집을 처음 찾은 손님들은 두 번 놀란다. 먼저 빵 모양에 탄성을 내지른다. 고구마로 어떻게 고급 제과점을 능가하는 모양의 빵을 만들 수 있느냐며 의아해하기도 한다. 맛에는 더 놀란다. “기막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거친 고구마로 어떻게 이토록 부드러운 맛을 연출할 수 있을까 하며 고구마빵을 몇 번이고 들여다본다.

“빵 하나 하나에 정성을 다하고 있습니다. 모양과 맛에 대한 평가는 손님들이 하시는 거니까요.”

고구마빵 하나로 전국에 명함을 내밀기 시작한 지 만 1년째인 영주선비촌고구마명가영농조합법인 대표 박찬설(43)씨. 빵집 입구에서 손님을 맞는 그는 아직 빵집 주인이라기보다 우직함이 흐르는 고구마 농사꾼 풍이다.

도시에서 저온저장고 관리업에 종사하던 박씨가 영주로 귀농한 것은 10년 전인 2000년. 처음 문수면 조재리에서 3만3천㎡(1만평) 정도의 밭을 얻어서 고구마 농사를 시작한 그는 고구마의 시세 등락이 너무 심해 저온저장고를 지었다. 쌀 때 저장해 뒀다가 비싸면 출하해 소득을 높일 요량이었다. 차츰 저온저장고의 용량을 키우고 생산량도 늘려 나가면서 고구마 작목반도 결성했다. 2천㎡의 저장고에 연간 1천여t의 고구마를 저장한다.

“허리가 휘도록 고구마 농사를 지으면 뭐 합니까. 한해 겨울을 넘기면 썩는 게 태반인데요.” 낮은 저장성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박씨는 식품가공을 시도했다. 바로 이것이 영주 고구마빵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 향토음식산업화 사업

일 년에 연인원 3천여명의 일손이 필요할 정도로 규모가 커진 박씨의 고구마작목반은 신선하고 청결한 상품 출하를 위해 자동세척장을 마련한 이후 고구마빵 개발에 본격 나섰다. 2006년 고구마 파이 등 4종류로 시작해 이듬해 만쥬 등 모두 8종을 추가 개발했다. 2008년에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한 뒤 상표 ‘미소머금고’를 앞세워 고구마빵 제품 12종을 시중에 선보였다. 이후 1년 동안의 영업실적은 놀라울 정도. 전국 초중고교 급식센터에 납품을 시작하면서 안정면 여륵리로 공장을 확장하고 만주빵 자동화라인을 구축해 전국 유명 백화점과 고속도로휴게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소문을 들은 바이어들이 경쟁적으로 찾아와 고구마빵을 가져갔다. 심지어 국내 굴지의 제빵업체도 자존심을 굽히고 업계 새내기인 박씨의 고구마빵 재료를 가져다 빵을 만든다. 지난해 10월 모델점포로 미소머금고 본점을 영주시내에 오픈한 이후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전국에서 점포개설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지금까지 박씨가 개발해 둔 고구마빵은 파이 종류와 만쥬, 파다트 등 유명 빵 전문점에 버금갈 정도로 다양하다. 고구마양갱, 고구마아이스크림, 인삼고구마, 고구마주스 등 제과, 음료도 개발 중이다. 영주시도 지난해부터 적극 뒷바라지에 나섰다. 천안 호두과자의 명성을 능가하는 브랜드로 개발하기 위해 예산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주영 영주시장도 자리에 앉기만 하면 고구마빵 이야기를 풀어 놓을 정도로 풍기인삼에 이어 안정면 고구마로 승부를 건 양상이다. 지난해 말 영주시 명품대상을 수상한 영주 고구마빵은 농수산식품부로부터 향토산업발전 지원기금 사업자로 선정돼 올해부터 예산 3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고구마 빵재료 생산은 블루오션 사업

“수입 고구마가 들어오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 냉동이어서 우리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이 떨어집니다. 경쟁력은 충분합니다.”

박씨는 국내산 100% 고구마빵은 제빵업계의 블루오션이라고 확신한다. 영주만큼 고구마 재배에 좋은 토질도 드물 뿐만 아니라 수입산이 맥을 못 추는 까닭에 잘만 키우면 향토음식 산업화를 넘어 한식 세계화의 일익을 담당할 가능성도 적지않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칼로리의 고구마 아이스크림만 해도 성인병과 비만으로 신음하는 세계인들의 건강 걱정을 덜어줄 수 있고, 주재료로 쓰는 으깬 군고구마는 밀가루보다 부드러워 식감이 좋은 데다 콜레스테롤이 없고 효능도 다양한 건강식이기 때문이다.

“여유가 된다면 고구마빵 체험관을 운영하고 싶습니다. 가족들이 오순도순 고구마를 심고 캐고, 모닥불에 굽고, 빵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더 큰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겁니다.” 박씨는 촉촉한 질감의 제빵용 고구마는 토질이 맞는 영주산이 최고라고 손꼽는다. 예컨대 해남산은 밤고구마여서 그냥 삶아먹는 간식용이지 고급 빵 재료로 이용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고구마를 씻어 껍질째 오븐에 굽고 앙금과 빵피를 만들어 제빵성형한 뒤 굽기 직전에 포장된 빵은 영하 29℃의 급랭실에서 급속냉동돼 출고를 기다린다. 빵집에선 누구나 온도와 시간에 맞춰 구워 내기만 하면 전문가 수준의 제빵 솜씨를 보여줄 수 있도록 박씨가 개발한 독보적인 레시피도 눈길을 모은다.

하루가 다르게 인기가 치솟고 있는 영주 고구마빵은 밭농사가 위주인 소백산자락 시골마을의 한 귀농인이 고민 끝에 이뤄낸 땀의 결정체다. 영주 고구마빵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향토음식 산업화에 성공한 으뜸사례로 돋보인다. 054)638-1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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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05월 0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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