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표 먹거리/정도너츠

[맛 향토음식의 산업화] (45) 영주 생강도넛

외국서 들어와 뿌리내린 '귀화식품', 던킨 도넛에 도전장 던지다
 
 
 
설탕과 밀가루를 주 재료로 하는 종래의 도넛은 기름기가 많지만 견과류와 찹쌀을 주 재료로 하는 영주 생강도넛은 기름기가 거의 없어 비만이 걱정스러운 여성들에게도 인기다.
 

영주 생강도넛의 산실인 ‘정도너츠’ 본사 전경. 건물 앞쪽은 제과점을 연상케 하는 점포로 꾸몄고 뒤쪽에 가공 공장을 차린 전점후창(前店後倉)식 건물이다.
 
도넛 가공공장 내 모든 작업은 수작업이다. 한개 한개마다 주인 홍정순씨의 정성이 담겨 있다.
도넛는 외국 음식이다. 그러나 영주에서 만큼은 향토음식이다. 바로 영주 ‘생강도넛’을 두고 하는 말이다. 방식과 모양은 외국 도넛을 그대로 닮았다. 그러나 영양학적 측면이나 우리 입맛에 맞는 생강과 인삼, 호박씨, 찹쌀 등을 주재료로 맛을 낸 것을 보면 틀림 없는 토속음식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도넛은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와 우리 농산물에 뿌리내린 ‘귀화식품’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30년 전통의 영주 생강도넛이 올해부터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서 글로벌 식품업체인 ‘던킨도넛’에 당당히 도전장을 던졌다. 이 귀화식품 ‘생강도넛’과 외국계 브랜드 던킨도넛의 싸움은 외국산 농산물의 국내시장 공략에 대항해 팔을 걷고 나선 우리 향토식품 산업화의 시장 경쟁력을 가늠해 보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여 사뭇 관심을 끌고 있다.

영주시청 식품위생담당 조재길(50)씨는 마치 수입 농산물 퇴치 백신을 개발해 임상실험에 나선 듯한 표정이다. 향토식품업계도 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신뢰와 노력의 결정체 생강도넛

영주 생강도넛을 전국에 걸쳐 유명세를 떨치게 한 업체 ‘정도너츠’(대표 황보 준·38·영주 풍기읍 산법리)은 오전에 가야만 도넛을 살 수 있다. 생강과 찹쌀반죽, 팥앙금 등 준비하는 재료가 한정적인데다 숙련공 일손도 모자라 하루 팔 만큼만 생산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식품업체는 상품이 인기가 있을 때 공장시설을 늘려 대량생산으로 가지만 이 집은 그렇지 않다. 맛과 품질 관리가 최우선이고 자칫 고객관리에 소홀해질 우려가 있어 손사래를 친다. “분식점을 하면서 하도 고생을 해서 손님 무서운 줄을 알아요, 아직도 내가 손해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장사를 합니다.”

30년 전 영주시내에 분식점을 내면서 생강도넛을 만들기 시작한 정도너츠 황보 대표의 어머니 홍정순(59)씨는 개인의 신뢰와 각고의 노력으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평소에도 ‘장사하는 사람이 손님을 속이는 일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다닌다. 홍씨는 물론이고 남편 황보 장(65)씨, 아들 등 가족 누구나 도넛의 유명세와 달리 장사하는 사람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순박하다.

만두, 찐빵과 더불어 도넛을 만든 홍씨는 요즘 흔한 떡만두국, 만두떡국을 30년 전에 처음 시작할 정도로 음식 개발에 남다른 소질이 있었지만 장삿속이 없어 열심히 팔아도 남는 건 쥐꼬리여서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당시 하루 매상이 100만원에 이를 정도로 손님은 연일 터져나갔지만 벌이는 신통찮아 기막혔다고. 요즘도 찹쌀값이 가마당 26만원으로 올라 애를 먹고 있지만 도넛 값은 못 올리고 있다. 그래도 표정은 밝다. “그동안 손님 덕에 밥은 굶지 않았잖아요. 아들 장가도 보냈고요. 재료가 최고라야 최고의 도넛을 만들어요. 사람이야 그냥 따라갈 뿐이지요.”

그동안 생강도넛은 KBS 생활의 달인, MBC 공간 특별한 대상, SBS 화제집중, TBC 생방송투데이, 매일신문, 조선일보 등 각종 매체에 70여차례나 소개됐다. 오사카방송 등 외국 언론에 방영되기도 했다.

◆맛과 영양 겸비한 뛰어난 웰빙형 도넛

영주시 브랜드 ‘선비숨결’ 명품찹쌀을 주재료로 쓴다. 밀가루는 튀김기름을 흠뻑 먹기 때문에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밀가루 도넛은 찹쌀 도넛보다 지방 함량이 무려 10배에 이른다. 기름기는 고소한 웰빙 견과류를 사용해 보완했다. 물론 합성 보존제나 반죽 연화제 등 일체의 첨가물을 쓰지 않는다.

식욕을 돋우고 소화를 도와주는 생강은 도넛에 기본 재료로 들어간다. 전통적으로 양념 재료인 생강을 도넛에 사용하게 된 발상이 독특하고 기발하다. 생강의 매콤한 성분은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주고 살균효과를 내는 데다 암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쓰게 됐다고 한다.

“25년 전쯤에 남편의 권유로 생강도넛을 처음 만들어 봤는데 아주 반응이 좋았어요. 매일같이 손님들이 줄을 서서 난리북새통이었지요.” 홍씨는 남들이 맛있다고 칭찬하면 그저 퍼담아 주기를 좋아해 장사는 아예 잊어버린다고.

생강만으로 도넛을 만들다가 요즘 들어서는 인삼과 사과, 호박씨, 참깨 등 영주 특산물과 농산물을 부재료로 활용해 다양한 도넛을 개발했다. 본격 체인점 개설에 나서면서 허브 도넛도 개발했다. 상쾌하고 청량한 페퍼민트와 서양의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는 세이즈 잎을 우려 찹쌀도넛에 버무린 퓨전형 도넛은 가게에 내놓기 무섭게 팔려나갈 정도로 인기 제품이다.

이러니 영주시청도 덩달아 잔뜩 기대에 차 있다. 지역산 찹쌀을 많이 소비해 주니 20개 농가가 참여하는 동진찰벼작목반을 구성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 김주영 영주시장은 “모처럼 우리 농산물 식품업체가 자생적으로 탄생해 금지옥엽처럼 아끼고 있다”며 “품질 좋은 찹쌀을 연중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최우선적으로 뒷바라지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도너츠가 연간 사용하는 찹쌀은 80㎏들이로 1천여가마(2억원 상당)나 된다. 이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모두 20ha(6만평)나 되는 논이 소요되는 등 찹쌀과 생강만 따져도 상당한 농촌경제유발 효과를 내고 있는 효자 업체다.

◆생강도넛의 상업적 가치

영주 풍기읍에서 전점후창(前店後倉)식의 소극적 운영을 하다 전국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맛과 유명세가 매스컴을 통해 전국에 알려지면서 체인점 개설 문의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시장의 요청에 의해 자연스럽게 프랜차이즈가 시작됐다는 얘기다.

지금까지 대구 9개 점포, 호남 4개, 서울 8개, 경북 3개 등 모두 28개의 체인점이 문을 열었다. 모두 점주가 스스로 찾아와 계약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탄생해 눈길을 모은다. 가맹비는 500만원, 주방기구와 점포 인테리어 등 창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6천만원 정도다. 안동점은 황보 대표의 누나가 개설했다. 냉동상태의 도넛을 해동해서 익히기만 하면 바로 제품이 되도록 손쉬운 조리방법과 위생적인 원료공급 체계도 완성했다.

사업 초기 큰 공장을 설립하지는 못했지만 점진적으로 공장 규모를 넓혀가면서 전국 유통망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올해부터 이익증대 프로그램과 다양한 상품 개발에 나서 전국 가맹점 수를 60개로 늘려나갈 계획이다. 제2공장을 설립한 이후라야 추가 확장이 가능하다.

“올해 말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영주 생강도넛의 상품성과 사업성을 홍보하는 프랜차이즈 광고를 개시할 예정입니다. 부모님이 30년 동안 고생해 이룩하신 가업이어서 체인점 개설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지요.”

군대에서 제대하자마자 어머니의 일을 도와 13년째 일한 생강도넛 숙련공이기도 한 황보 대표는 창업 2세대답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담하고 있다. 손님이 우선인 어머니의 장사원칙을 닮아 점포의 위치나 상권 등을 직접 점검하고 시장성이 없는 곳은 결코 개점해주지 않을 정도로 모든 게 점주 위주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 일을 거들 정도로 근면하기 그지없는 황보씨는 식품가공을 전공했다. 황보 대표의 부모는 “고교 시절부터 분식점 만두 만드는 일을 온종일 거들어 줄 정도로 부모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는 효자”라고 자랑했다. 054)636-0067.

향토음식산업화특별취재팀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강병서기자 kbs@msnet.co.kr 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사진 프리랜서 강병두 plmnb12@hanmail.net

Copyrights ⓒ 1995-, 매일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 2010년 05월 22일 -
원문바로가기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20878&yy=2010 )